노하룡

-사) 새로운 민심 김천본부장

공무원 34명 공직선거법에 엮여 ‘어수선’

이 사태의 본질은 관료사회 무능, 무책임, 무시 때문

김천지역의 최대 관심사는 공무원 선거법 위반이다. 지난 6월 1심 선고를 받은 9명에 이어 추가로 김충섭 시장을 비롯한 25명이 선거법 위반 1심 재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 34명이 선거법에 연루되어 법적 처벌을 받았거나 진행중이다. 이들 중 5급 이상 간부급이 27명이나 된다. 김천시 직제상 4급 5명과 5급 59명 등 64명 가운데 절반 정도가 재판에 계류중이다. 김천시 출범이래 전무후무한 역대급 사건이다.

현행 선거법은 벌금 100만원 이상을 받을 경우 공무담임권을 박탈하도록 되어 있다. 게다가 금고이상의 형을 받을 경우 연금조차 받을 수 없다. 이미 1심에서 4급과 5급 간부공무원이 징역형을 선고받고 현재 항소중이다. 이들의 형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공무원 신분은 물론 연금대상자에서 제외된다. 이 때문에 재판중인 25명 가운데 현직이거나 연금대상자인 경우 재판결과에 따라 추가로 공무원을 그만 두거나 연금조차 받을 수 없는 일도 발생할 수 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된 원인은 설과 추석 명절에 시장명의로 선물을 돌렸기 때문이다. 현행 선거법은 선거로 뽑힌 자치단체장과 그 배우자는 일체의 기부행위를 상시로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온 관습 또는 관례를 너무 과하다 싶을 정도로 공직사회를 쑥대밭으로 만들 일인가에 대해 지나치다, 억울하다, 불쌍하다 라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도 사실이다. 누구나 그 자리에 있으면 엮일 수밖에 없는 것도 십분 이해할 수 있다. 상명하달식 공직사회의 지휘체계에서 감히 ‘NO’ 할 수 있는 공무원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피해자 코스프레로 일관하는 또는 동조하는 공직사회 내부의 정서처럼 수 십년전 부터 지속적으로 해온 관행, 관례였는데, 왜 하필이면 특정시기만을 적용하는가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설사 그들의 말이 사실이라면 충분히 불평, 불만을 늘어놓을만한 거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때는 문제가 안 되었는데, 지금은 왜 문제가 되는가?를 짚어봐야 할 것 같다.

따라서 이 사태의 본질은 첫째 공무원의 무사안일이다. 법을 집행하는 공무원이 불법을 관례라고 항변하는 것 자체가 무능이고 수치이기 때문이다. 둘째, 비겁이다. 재판이 진행될수록 책임지는 자세보다는 남 탓으로 떠넘기는 관료문화의 더러운 밑바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셋째, 뻔뻔함이다. 과거에 발목이 잡혀 앞으로 나가기를 두려워하면서도 반성보다는 회유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직자라면 법이란 그물망 같아서 재수없이 걸릴 수도 있고, 운이 좋아 빠져나갈 수 있는 현실을 모를 만큼 순진하지 않지 않는가! 그 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하기에는 건널 수 없는 루비콘강을 이미 건넜기 때문에 휴머니즘적 항변으로 돌이키고 싶어도 지금까지의 흐름을 보면 납득이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음을 왜 모르는가!

이 사태의 본질은 공무원들이 죽고 사느냐 문제가 아니다. 앞 길이 구만리같은 김천시의 앞날을 가로막느냐, 시민들의 불편을 방치하고 있느냐의 문제이다. 더 이상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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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재 취재국장  apata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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