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향숙 (대학교수)

지난 해 여름 존경하는 은사님께서 회복을 기원한다며 '사랑초'라는 식물을 선물해 주셨다. 사랑초는 보라색의 클로버같은 세갈래 잎과 가는 줄기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잎이 곱게 펼쳐지면 마치 사랑스러운 나비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식물이다. 사랑초의 꽃말은 '당신과 함께 하겠습니다. 당신을 버리지 않겠습니다' 이다. 이 꽃말처럼 연약해 보이는 줄기지만 고고함과 굳센 정절을 은은히 풍기는 매력있는 식물이다. 선물해주신 은사님의 마음과 세월이 흘러도 변치않는 제자사랑에 가슴 벅차오르는 감사함으로 요즘 행복한 일상을 보내고 있으며, 이 사랑초는 우리집 거실 햇볕 가득한 창가에서 사랑스러운 나의 반려식물들 중, 1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매일 밤낮으로 사랑초를 살펴보다가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 식물의 특이한 점이 빛의 변화에 반응하여 낮동안에는 잎과 꽃이 모두 열리고, 밤에는 닫히는 것이다. 바로 광수축이라는 과학적현상이지만 필자의 눈에는 식물이 주는 가르침으로 느껴졌고, 사랑초를 통해 지나온 삶과 현재, 미래에 펼쳐질 시간들에 대해 성찰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그것은 사랑에 휴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날 주말밤낮으로 일에 대한 강박을 사랑으로 착각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쉬어야할 시간에 잠들지 못하고 카페인에 정신력을 의지하며 내가 좀 더 수고함으로 인해 모두를 편하게 해주겠다고...지금 생각해보니 어처구니없었고 어리석었던 날들이었다.

일만 사랑한 것이 아니라 일로 인해 가정이 소홀해질 수 있는 것도 인정하지 못하였고, 부모님께도 잘해야 한다는 강박증에 스스로 시달리기 시작하였다. 생각해보면 '슈퍼우먼 컴플렉스', '착한딸 컴플렉스' 등 약으로 고쳐질 수 없는 자신만의 고질병으로 스스로 옥죄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무리수가 많았던 날이 흘렀고 교수로서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창업을 준비하던 중, 몸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하여 진단받고 치료하기까지 1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세상과 이별할 뻔 했던 몇차례의 위기를 용케도 넘기고 회복의 문턱을 반 이상 넘긴 이 시점, 누군가 했던 명언 중 "올라갈 때 못본 것, 내려올 때 보이네" 새삼 이러한 진리를 온몸과 영혼으로 느끼는 날을 보내고 있다.

달리기 위해서는 쉼이 반드시 필요하다. 진정 멈춘 것이 아니라 뛸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교수로서 학생과 대중들에게 이론과 머리로만 강의했었던 나 자신, 멈출줄 모르는 강박증을 사랑이라고 착각했던 나에게 사랑초라는 식물은 밤낮으로 모습을 변화시키며 말없이 가르쳐주고 있다. 또 생명력도 강해서 분갈이하다가 잘못하여 거의 죽게 되었는데 기적적으로 새 잎이 올라와서 지금은 예전보다 더 아름다운 자태로 '사랑은 이런 것이야' 라고 한다. 그리고 이제 예전처럼 그렇게 살지 마라고, 사랑하려면 쉬어가야 함을, 진정한 휴식을 통해 더 사랑하고 계속 사랑하라고...

강미숙 기자  hwangak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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