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향숙 (교수.간호학 박사)

여름의 끝과 가을의 시작인 요즘, 땅에서 수확되는 대표적인 작물이 감자이다. 지역에서 생산되기도 하고 여동생의 시댁에서 직접 지은 농산물이라 믿고 맛있게 먹고 있는 중이다.

젊을 때는 적당한 단맛과 짠맛이 가미된 휴게소 찐 감자를 좋아했지만, 입맛도 세월 따라 변하는지 아무것도 가미하지 않은 껍질감자 그대로 잘 씻어서 쪄먹는 것이 좋아졌다. 그렇게 먹기 시작하니 감자 본연의 순수함과 구수한 맛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달리 표현하면 닝닝하니 별맛을 모르는 맛이지만, 맛없는데도 맛을 알게 되었다고 할까?

기나긴 이번 여름, 덥다고 마냥 시원한 것만 먹다가는 탈나기 쉬우니 더울수록 열나는 음식으로 한몫하는 찐 감자를 이틀에 한번은 먹게 되었다. 갓 찐 감자를 호호 불며 껍질을 벗기며 먹다가 절반이나 남긴 것을 잊고, 그 다음날 생감자를 꺼내고 보니 전날 남은 찐 감자가 눈에 들어왔다. 순간, 찐 감자와 생감자가 구별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장난이 발동하여 찐 감자 2개와 생감자 2개를 나란히 사진을 찍어 가족 톡에 올려 맞춰보라고 하였다. 상금 만원까지 걸면서...

남편과 큰아들이 나란히 오답, 작은 아들은 눈치껏 아빠와 형이 선택하지 않은 것을 말하는 바람에 눈치작전으로 정답을 선택하였다. 살림의 고수인 친구 두 명은 당연히 알아맞히었지만 몇몇 친구와 여동생도 오답.

이처럼 얼핏 봐서는 알기 힘든 찐 감자의 진실 앞에 이런저런 생각이 몰려온다. 눈으로 구별하기 힘든 찐 감자는 알다시피 뜨거운 물과 불에 의해 요리되는 음식이다. 뜨겁게 쪄지는 그 순간 찐 감자로만 마지막 소명을 다한다. 반면 아직 선택받지 않은 생감자의 운명은 반찬으로, 튀김으로, 샐러드 등 어떤 사람의 손에 선택되는지에 따라 갖가지 다른 레시피로 탄생된다. 간혹 선택받지 못하거나 보관의 문제로 인해 썩어서 버려지게 되기도 한다.

겉으로 봐서 구별이 어려운 찐 감자와 생감자는 분명 차이가 확연하다. 이와 같이 사람도 뜨거운 물과 불의 환경을 견디고 온갖 고난과 역경을 경험한, 속이 유연한 사람을 알아볼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강향숙 (교수.간호학 박사)

강미숙 기자  apata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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