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형 前. 한국경제인연합회 자문위원

국민연금 개혁 문제로 나라가 시끄럽다. 특히 최근 시민대표단이 보여준 국민연금 개혁안이 청년들의 거센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 청년들 사이에서 분노를 넘어서 폐지가 대세가 되는 지금, 중장년층은 청년층의 분노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청년들은 국민연금에 왜 분노할까.

국민연금은 소득을 벌기 힘든 은퇴 후 노인을 위해서 경제활동 기간에 벌어들인 소득 중 일부를 적립하는 제도이다. 그런데 청년들은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청년들은 자신이 국민연금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과 자신들이 중장년층의 국민연금을 위해 과도한 부담을 받게 될 것이라는 불안감으로 인해 국민연금에 의문을 가지고 있다.

23년 1월 27일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는 제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잠정치를 확정했다. 제5차 추계에 의하면 2041년에는 지출이 수입을 넘어서 적자가 발생하고 2055년에 완전히 소진된다. 재정분석 결과 현재 9%인 보험료율을 17~24%로 상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더욱 문제가 되는 지점은 제4차 추계보다 완전 소진 시점이 빨라졌다. 제4차 추계에서는 완전 소진 시점이 57년이었으나 현재 2년이 앞당겨졌다.

이처럼 국민연금의 재정 개혁은 매우 시급한 문제이다. 그런데 국민연금 개혁을 위한 시민대표단의 설문조사 내용이 청년들에게 논란이 되고 있다. 시민대표단에게 보험료만 12% 올리는 방안과 보험료를 13% 내고 소득대체율 50%를 받는 방안을 설문했는데, 대표단은 후자를 선택했다. 그런데 애초에 더 내고 더 받는 방안과 더 내고 똑같이 받는 방안, 2가지를 물어본 것 자체가 문제라고 본다. 이렇게 물어보면 당연히 누구든지 더 받는 것을 선택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그리고 인구비례로 시민대표단을 구성하다 보니 인구가 적은 청년층은 대표단에 얼마 참여하지 못했다. 그런데 앞으로 대부분의 국민연금 부담은 청년들이 하게 되기 때문에 청년들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에 대해서 분노하고 있다. 청년들이 보기에는 중장년들은 곧 은퇴할 것이라서 조금만 더 내면 되겠지만 청년들은 중장년들을 위해 평생 높은 보험료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청년들은 애초에 해당 개혁안이 아무런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국민연금 개혁은 재정문제로 촉발된 것이다. 그런데 개혁안들은 본래 기금 고갈 시점인 2055년에서 5~6년 늦춰진 것들 뿐이다. 그런데 국민연금 재정에 영향을 미치는 인구구조와 경제전망 모두 악화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재정추계시 고갈시점은 더욱 당겨질 수 있다. 출산율은 0.7 이하로 갈 것으로 예측되고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은 최근 5년간 하락하여 2022년에는 통계작성 이래 처음으로 감소한 0.3%를 기록했다. 그리고 한국개발연구원에 따르면 2031년부터 노동 공급이 경제성장률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편 IMF는 한국의 2028년은 비기축통화국의 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 비율이 전 세계 2위인 57.9%를 달성하는 암울한 해가 될 것으로 본다.

한국 경제가 심각한 침체로 가게 되면, 소득대체율에 집착하는 국민연금 개혁안은 처음부터 의미가 없어진다. 미래의 소득대체율 50%가 현재의 금액 가치가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의 규모가 작아지고 생산이 하락하면, 자동으로 물가는 상승하고 구매력은 낮아진다. 미래 장기 불황의 한국에서는 환율이 2,000원이 될 수도 있다. 미래에는 모든 한 달 연금을 다 써도 아이폰 하나 못 사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개혁안들은 국민연금 재정 문제를 해결할 생각이 없고 소득대체율만 말한다. 그리고 기금 고갈 시점이 한참 남았으니 괜찮다는 식이다. 하지만 진정한 문제의 시작은 국민연금 기금이 적자로 전환되는 시점이다. 2023년 12월 기준 국민연금의 운용 규모는 1,036조로 국내는 말할 것도 없고 세계 시장의 큰손이다. 기금이 점점 고갈된다면 한국의 자본 대략 1,000조가 증발하는 일이다. 적자로 전환되면 시간이 지날수록 한국 주식 시장은 붕괴한다. 채권의 경우에는 더 심각하다. 국민연금은 23년 12월 기준 326조를 국내 채권에 투자 중이다. 해당 채권이 증발하면 한국의 채권 시장은 회생이 불가능하다. 그런데 어느 국민연금 개혁안을 봐도 20년 뒤에 적자로 전환된다. 시간이 얼마 없다. 청년들은 20년 뒤에 중장년이 된다. 청년들은 이 모든 미래를 오롯이 혼자 맞이해야 한다.

이렇듯 청년들의 분노는 당연하다. 진정한 국민연금 개혁은 국민연금 기금이 유지되는 방향으로 실시되어야 한다. 그래야지만 차라리 국민연금을 폐지하자는 청년층의 분노를 삭히고 청년층의 국민연금 재정에 대한 불안감을 해결할 수 있다. 정치권은 청년을 위한 국민연금 개혁안을 수립해야 한다. 그것이 한국의 미래이자 지금 당장 한국 경제를 위한 길이다.

곧 나올 대통령실 국민연금 개혁안을 기대해 본다.

*본 칼럼은 황악신문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김서업 대표기자  hwangak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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